『역주 사법품보(司法稟報) 1-40』(봄날의책, 2018)
오연숙(덕성여자대학교 역사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주 사법품보』는 2012년 이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등의 지원으로 덕성여대 역사문화연구소에서 번역 사업을 수행하여 2018년에 총 40권으로 출간한 성과물이다.
『사법품보(司法稟報)』는 1894년부터 1907년까지 전국의 각 지방재판소와 고등재판소(뒤에는 평리원)에서 중앙의 법부(法部)로 보내온
보고서(報告書), 질품서(質稟書), 진술서, 판결문 등을 모아놓은 재판 관련 기록물이다. 각 재판소의 재판 관련 기록을 통해서
1894년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대한제국기까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을 조명할 수 있는 내용이
다양하게수록되어 있다. 특히 정치적 변혁 사건, 외세침략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 근대사회로의 이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 등에 대한
기록 등은 근대변혁기의 사회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근대이행기 각종 공문서 양식들이 수록되어 있어
기록 문화의 자체 및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있다.
『사법품보』는 대한제국기 사법절차 및 운영에 대한 보고서(報告書), 판결선언서(判決宣言書), 판결요지(判決要旨) 등
풍부한 사례를 수록하고 있어, 사법제도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를 통해 갑오개혁기는 물론 대한제국기 소송 절차를
이해할 수 있으며, 범죄사건 처리과정에서 전근대의 소송 절차와 사법 체계의 구조와 운영, 정부 조직과 민중 조직 또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회통』, 『대명률』, 「적도처단례」, 「형률명례」,『형법대전』 등의 율문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풍부하여 근대사법제도 도입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 19세기말 전통적 지배질서가 급격히 붕괴되고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첨예한 각종 분쟁이 발생하는데, 이를 재판과정을 통해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사법품보』는 총 180책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로, 원본은 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갑 128책, 을 52책)되어 있다. 영인본은
아세아문화사에서 총 20권으로 발간하였다. 법제사 관련 자료에 대한 관심과 학제간 연구영역도확대되는 추세와
『사법품보』 번역의 필요성에 따라 공동 역주작업을 위해 2010년 1월 번역팀을 꾸렸다. 2012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한국학분야 토대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덕성여자대학교 역사문화연구소 『사법품보』 번역팀(연구책임자:한상권,
이하 번역팀)은 본격적으로 역주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사법품보』 번역 사업은 1차적으로 2012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2012.9-2015.8)으로 영인본 20권
가운데 제1권-9권(원본 갑 제1-88책)의 번역을 완료하고, 이후 2016년부터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지원(2016.5-2019.1)으로
제10권-14권(원본 갑 제89-122책)까지 완료하였다. 2019년 5월에는 2019년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한국학기초자료사업 역사기초자료구축사업에 선정(2019.6-2022.5)되어 영인본 제15권-17권(원본 갑 제123-128책, 을 제1-제29책)의
역주 작업 및 자료구축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8월 1차 번역 완료된 부분(영인본 제1권-13권, 원본 갑 제1책-116책)을 재차 출판 검토 작업을 거쳐 2018년 12월『역주 사법품보』 총 40권을 출간하였다. 이 역주본은 「2019년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 사업 우수성과」에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2020년 11월 ‘어울림의 인문학: 공존과 상생을 향한 노력’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제6회 세계인문학포(2020.11.19.-11.21,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발표자로 참여하여 ‘시대를 번역하다: 『역주 사법품보』’란 주제로 소개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사법품보』가 180책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인 만큼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고심하였다. 이를 위해 번역팀은 번역 및 출판 워크숍, 교차검토, 자체평가, 용어사전 마련 등 체계적인 번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축자번역과 쉬운 번역을 추구함으로써